
파리에서 가장 감각적인 크리에이티브 컬리너리 스튜디오 Balbosté. 그곳의 키친을 이끌고 있는 한국인 헤드 셰프 여성준, PAP가 Balbosté의 키친 아뜰리에에 방문하여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프렌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10년 넘게 경력을 쌓아온 그는, 단순한 요리를 넘어 예술을 결합한 새로운 미식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특히 프라다, 미우미우, 루이비통 등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여 크리에이티브한 요리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죠.
Balbosté 팀은 마치 다양한 방향으로 쭉쭉 뻗어가는 큰 나무의 줄기처럼, 각기 다른 국적의 셰프들이 모여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요리뿐만 아니라 공간, 배치, 색감까지 고려해 하나의 예술적 장면을 완성합니다. 그들은 요리란 즉,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셰프는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러’라고 말합니다.
요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여성준 셰프의 철학과,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아름다운 작품들. 그 특별한 이야기를 확인해 보세요.
셰프 여성준과 Balbosté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어요?
제가 당시에 파리 6구에 제가 컨설팅을 하던 레스토랑이 있어요. 그러던 찰나에 샬롯이 인스타로 처음 연락했어요. Balbosté에서 더 큰 규모의 디너를 하고 싶은데, 혹시 인연이 되면 작업을 해봤으면 좋겠다고요. 때마침 샬롯의 어머니가 저희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오셨고, 저를 또 한번 셰프로 추천하게 된 거에요. 미슐랭 레스토랑 주방에서 10년 정도 넘게 일을 하다 보니까 그 이상으로 가고 싶은데 그걸 넘으려면 레스토랑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레스토랑 산업에서 크리에이티브를 더한 더 넓은 시선을 갖고 싶었어요. 우연히 발보스테랑 만났을 때 되게 좋은 인연으로 발전됐죠.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네요!
네, 서로 만난 타이밍이 좋았어요. 샬롯은 자기 키친팀을 꾸려줄 헤드 세프가 필요했고, 저는 레스토랑에서 이미 오래 일한 상태여서, 가스트로노미 미슐랭 레스토랑보다는 한 단계 높은, 또 다른 차원의 크리에이션을 해보고 싶었어요. 생각해 보면 이게 인연인가 싶기도 해요. (웃음)
Balbosté에서의 첫 프로젝트가 ‘Kenzo’였죠? 엄청나게 떨렸을것 같은데.
부담이 장난 아니었어요. 실패하면 안 됐거든요. 현장에는 Kenz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고, 디자이너들, CEO들과 VIP들이 전부 와 있는 자리이다 보니까 제 입장에선 책임감이 엄청났죠. 무엇보다도 초청된 분들이 음식을 받았을 때 꿈꿀 수 있는 음식이여야 했어요.
기대하는 것과는 다르게 파리 주방은 굉장히 한정적이거든요? 미국이나 영국 주방처럼 삐까번쩍하지 않아요. 근데 제 장점이라면 장점이 상황이 어떻든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요. 딱히 핀잔을 놓거나 핑계를 대거나 그러지 않아요. 그래서 야외 텐트에서 진행됐던 이벤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하게 진행했어요. 잘 해내야겠다는 부담감이 엄청났지만, 한편으로는 되게 설레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머릿속으로 그렸던 작업을 같이 해나갈 수 있는 팀이 있었으니까요.
셰프님과 Balbosté가 함께한 지도 벌써 2년이 훌쩍 넘어가요. 발보스테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열정을 쏟아부었던 프로젝트나 메뉴가 있다면요?
음, 제가 가장 열정을 쏟았던 프로젝트는 ‘Louis 13’라는 럭셔리 코냑 브랜드와의 프로젝트였어요. 정말 오래된 회사 중의 하나인데, 그 올드한 회사가 트랜디하게 탈바꿈 하기 위해서 저희한테 연락한 거에요. 브랜드를 위해서 컬리너리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주고 지상 최고의 다이닝 익스피리언스를 만들어달란 요청을 받았어요. “2024년 새로 탈바꿈한 루이 13은 이거다!”를 음식으로 보여줬어야 했던 거죠.
저한테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유서 깊은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간직하면서도 트랜디하게 변화시키는 것. 두 번째는 코냑이 제조되는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희 팀이 직접 코냑으로 향했고, 코냑이 어떻게 제작 되는지 직접 경험해보고, 장인과 대화도 하고, 맛도 보고, 공부도 하면서 일주일 정도 거기서 지냈죠. 올드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탈바꿈하되 Balbosté의 크리에이션을 넣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제일 많이 썼던 것 같네요.
전 세계 향신료가 모여있는 Balbosté의 보물창고
비프 웰링턴 라비올리
(탑) 비프 라구
(미들) 트러플과 지롤 버섯
(바텀) 트러플이 들어간 소고기 안심
(겉) 피클된 포도 나무 이파리
해바라기 사워도우
Balbosté는 프랑스의 크리에이티브 컬리너리 스튜디오지만, 헤드 셰프는 한국인이에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전혀요. 여기서 재밌는 포인트가 하나 있어요. 저는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프렌치만 했어요. 프랑스 요리학교를 나오고, 지금까지 일해온 곳들이 레스토랑들이 프랑스 대사관, 프랑스 가스트로노미 아니면 프랑스 미슐랭 레스토랑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선호하는 요리도 프렌치고, 더 잘하는 요리도 프렌치고요. 오히려 저희 팀에 있는 프랑스 친구들이 저한테 프렌치를 배울 정도에요. (웃음)
발보스테의 힘 중의 하나는 프랑스를 베이스로 두고 있지만, 저희 팀원 총 20명의 국적이 10개가 넘어요. 벨기에, 스위스, 독일, 미국, 한국, 일본, 사이프러스, 중국, 이스라엘… 그래서 인터네셔널 프로젝트를 할 때 너무 즐거워요. 어느 나라를 가도 다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헤드 세프가 한국인인 게 크게 상관없는 일이에요!
저희 팀이 원하는 건 큰 나무거든요. 나무는 각각 다른 줄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잖아요. 다른 방향으로 뻗어야 해요. 한 방향으로만 뻗을 순 없어요. 그게 저희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성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세프님이 생각하는 프렌치와 한식의 다른 점은 뭐에요?
음식을 바라보는 시선! 프렌치는 아름다움을 티 내는 데서 우아함이 드러난다고 해요.“우아함과 섬세한 작은 디테일들이 만나 프랑스 요리의 극치를 만든다.”라는 말도 있고요. 반면 한식은 검소한 음식이에요. 내가 고생한 걸 티 내지 않아야 하죠. 제 한식 스승님이자 ‘온지음’ 조리장님이 가장 강조하시는 게 ‘검이불누 화이불치’에요.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뜻이죠.
셰프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구체적인 스토리가 궁금해요.
음… 솔직히 말하면 이렇다 할 순간은 없었어요. 눈 떠보니까 계속 요리를 하고 있네요 .(웃음) 사실 처음에는 사진 현상소에서 일을 하고 싶었었어요. 필름 카메라를 찍고 암실에서 사진을 현상하는 그 과정이 너무 좋은 거에요. 내 손으로 뭔가를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게.
요리도 똑같아요. 새벽 시장에 가서 계절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재료들을 구하고, 그 재료들을 가지고 내 손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요. 그리고 음식을 먹는 누군가는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가죠. 결국은 사진 현상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릴 때 EBS에서 레스토랑 ‘아르페쥬’의 셰프 알랑 파사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요. 프렌치 요리를 하는 과정이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같이 너무 우아한거에요. 그래서 이태원에 있는 프렌치 세프가 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다가 무작정 23살에 프랑스로 왔어요.
돌아보니 그냥 저는 요리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인 거에요. 집에서 요리할 때, 요리 얘기를 할 때, 일할 때까지도 행복하고 늘 피곤하지 않았어요. 누군가를 위해서 요리하는 행위, 그게 너무 좋아요. 요리하면서 어떠한 스토리를 써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도, 앞으로도 요리를 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만들죠.
늘 새로운 것을 창작해 내야 하는 것. 예술인들의 중요한 숙제이자 숙명이죠.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곤 해요?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아름다운 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내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이에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데, 요리는 존재하지 않는 걸 만들어내려면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거든요. 정말 답답할 땐 갤러리나 뮤지엄에 가서 배치 구성도를 봐요. 접시를 테이블에 놨을 때 내 음식이 어떤 것에 잘 어울릴지, 여백은 얼마나 남기면 좋을지, 색깔은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얻어요. 또는 시장에 가기도 해요. 시장에 가서 재료를 보다 보면 자연스러움 안에서 보이는 쉐입이 있어요. 굳이 자르고, 섞고 하지 않아도 오가닉한 쉐입을 찾을 수 있거든요.
Balbosté의 헤드 세프로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매 순간 행복하지만, 가장 행복할 때는 저희 팀원들이랑 다 같이 만든 메뉴가 최종적으로 아름답게 구현이 됐을 때? 그때가 제일 행복해요.
요리를 통해 "이건 꼭 내가 이뤄내고 말겠어”라고 다짐했던 것들이 있었을거에요. 지금까지 이뤄낸 가장 자랑스러운 성취가 있어요?
아, 하나 있어요! 옛날부터 존경하던 셰프가 있는데, ‘르네 레드제피’라고 ‘노마'의 총괄 셰프에요. 셰프들의 셰프인데, 그에게 샤라웃을 받은 것. 그가 제 스토리를 리포스팅하고, 저를 팔로잉해 준 것 자체가 제 커리어의 큰 기쁨이었어요. 엄청 뿌듯했고요. “네가 가는 길은 틀리지 않았어”라는걸 증명 받는게 제일 뿌듯하고 보람찬 일이잖아요!
Balbosté와 셰프 여성준. 2024년 한 해도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그렇다면 2025년 새해 다짐!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 혹은 도전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Balbosté의 헤드 셰프로서, 그리고 사람 여성준으로서 각각 부탁해요.
헤드 셰프로서는 Balbosté가 요리사의 놀이터가 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으면 좋겠어요. 다방면으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군단이 돼서 Balbosté를 거쳐가는 셰프들이 프라우드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인간 여성준의 목표는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나서서 할 줄 아는, 본받을 수 있는 리더이자, 가족의 행복도 이끌 줄 아는 리더가 됐으면 좋겠어요. 일과 가족, 두 개의 밸런스를 잃지 않으면서 모든 걸 챙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ditor. KIM LEE YEON
Credit. PAP









